복어는 귀여운 이미지가 있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 몸을 크게 부풀린다거나, 단단한 이빨, 치명적인 독을 가지고 있어 다부진 느낌도 준다. 서술자이자 주인공 두현은 학교가 동물의 왕국이라면 자신은 ‘복어’라고 이야기한다. 위의 이미지처럼. 그냥 학교를 동물의 왕국이라고 할 때 자신의 닮은 동물을 생각해 보는 질문인데 학교가 정글이라는 느낌이 들어 안타까웠다.두현이는 별명이 ‘청산가리’다. 단란한 가족이었지만 어머니는 건강 악화, 아버지의 사업 실패 등의 가정불화로 생을 마감한다.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큰 충격에 빠졌던 두현이에게 ‘청산가리’라고 부르는 아이들이 있는 곳이 학교다. 조금 세게 받아친 것을 자신의 잘못은 감추고 언어폭력으로 처벌하는 곳이 학교이기도 하고.한편 학교는 신자유주의의 현실..
서울 다녀오는 길에 지하철과 열차 안에서 전자책과 오디오북으로 읽고 들었다. 인상적인 구절을 확인하려 종이책을 살펴보니 종이책에 있는 강조 표시(진하게)가 전자책에는 없었다. 글자 한 자 한 자에도 의도가 반영되기 마련일 텐데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옮길 때 생각해 볼 부분이라 생각한다.아참 전자책에는 카드뉴스 형식의 책 홍보 페이지가 먼저 나오고 본문이 나오는 것도 종이 책과 다른 점이다. "너만 모르는 진실"은 학교 옥상에서 생을 마감한 제갈윤이 몇 개월 후 학교 오픈채팅방에 자신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엔지 시네마 부원들을 조사해 처벌해 달라는 메시지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제갈윤은 죽음은 누구 때문일까, 이런 편지를 오픈채팅방에 올린 사람은 제갈윤이 맞을까, 제갈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제갈윤의..
*제니퍼 헌틀리(원작), 이화연(옮겨지음), 김정혁(그림) 중학교 1학년을 맡으면서 국어과 성취기준과 5.18민주화운동을 연결하여 학생들에게 추천할 소설을 찾다 이 책을 추천받았다. 창작 동화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무난히 읽을 수 있고 외국인이 겪은 5.18 이야기라 외부자의 시선으로 5.18을 바라볼 수 있다고 했다. 제목과 표지에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피해 건물의 숨겨진 공간에서 생활하며 전쟁의 참상과 피란 생활을 어려움, 사춘기 소녀의 감성을 잘 드러났던 "안네의 일기"가 떠올랐다. "제니의 다락방"에서도 5.18 당시 계엄군의 폭력과 그로인한 시민들의 희생,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다.제니(제니퍼의 애칭, 당시 아홉 살로 우리 나이로는 열한 살)는 5·18 당시 광주기독병원의 목사이자 ..
혼자 있을 때 ‘윌라’를 켜 놓고 오디오북을 듣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도 아직은 종이책을 읽을 때만큼 책의 내용이나 분위기를 느끼지는 못한다. 요새는 오디오북으로 듣다 흥미가 생기면 종이책을 구해 읽게 된다. 이 책 “달리는 강하다”도 오디오북 청소년 분야에서 추천을 받아 들었다. 제목에서 “달려라 하니”가, 내용에서는 코로나19 때의 상황이 떠올랐다.주인공 ‘강하다’는 자신의 양육 문제가 주된 갈등으로 부모가 이혼하고 할머니 댁에서 엄마와 사는 삶을 선택한다. 부모님의 다툼으로 상처가 될 때에는 달리기로 스트레스를 푼다. 그게 쌓여 더 빨리 잘 달리게 되었다. 그런데 65세 노인에게만 발병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고 정부는 65세 이상의 노인을 격리하기 위해 도시를 봉쇄한다. ‘하다..
모임에서 천선란 작가의 “이끼숲”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반응이 좋지 않았다. “천 개의 파랑”을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마침 10월 경남 사천 문학기행 답사하는 동안 윌라 오디오북으로 소설을 들었다.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무등도서관에서 ‘큰 활자본’ 책을 빌렸다. 비록 운전하면서 들었지만 줄거리는 파악이 되었다. 오디오북으로 들을 때 ‘지수’와 ‘콜리’의 목소리가 개성적인데 책을 읽을 때에도 두 캐릭터의 목소리가 계속 떠올랐다. 운전하면서 들어서인지 책으로 다시 읽으니 내용이 훨씬 섬세하게 다가왔다.. 이야기의 배경은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일자리 일부를 대체하고 있어 휴머노이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남아 있는 시대다. 그렇다고 차이 나게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고 한 10년 뒤 정도의 세상일 것 같..
"반반 무 많이"란 제목을 떠올리면서 ‘치킨’을 떠올렸는데 맞았다. 이 책은 한국전쟁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건과 그때마다 민중을 살아가게 만든 음식을 소재로 당시 현실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결론은 삶이 힘들더라도 먹고 힘 내자는 이야기!(이야기가 재미있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다) 음식을 통해 우리나라 현대사를 생각해 보는 글이라 세대 공감을 위해서라도 중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모임 샘들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 모임 샘들과 나이 차이가 5년 이상 있기는 했지만 광주와 순천 출신이 샘들과 강진 병영 시골의 내 경험이 달랐다. 이를테면 80년대 ‘떡볶이’가 나에게 대중적이지 않아서. 그렇지만 학창 시절을 이야기 나누며 서로의 차이를 이야기..
배우 차인표 씨의 책이 영국 옥스퍼드대의 필수 도서로 지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독서 모임 샘들이 함께 읽어보자고 했다.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가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이야기는 책의 끝부분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 열여섯의 나이에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강제 징용돼 캄보디아로 끌려가셨다가 1997년에 한국에 잠시 오셨던 훈 할머니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위안부라는 무겁고 비극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위안부로 끌려가기 이전의 호랑이 마을을 배경으로 동화의 느낌과 우화의 느낌이 나면서도, 어려운 단어가 아닌 순우리말을 활용하고 사람이 자연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글꼴마저도 그런 분위기를 잘 느끼게 해 주고, 가즈오가 ..
인류 종말 이후의 이야기다. 지상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인류는 지하 생활을 하게 된다. 무려 지하 120여 층, 4억 5천 헥타르라는 환산이 잘 안 되는 크기의 지하 세계를 만들고 인간을 계획적으로 관리하는 세상이 되었다. 주인공은 열다섯 살 아이들 6명(+1명)으로 지하 생활의 답답함, 부조리와의 갈등, 미래, 짙은 절망을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스포일러가 있음).1부 ‘바다눈’ 부분에서는, 환경파괴로 인해 미래의 인류는 지하 생활을 하게 된다.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하기에 출산, 주거 등을 통제받으며, 그것을 지키지 못하면 정신재활원 같은 곳으로 격리가 되는데 결국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서술자는 3인칭이지만 ‘마르코’를 초점화해 이야기가 진행된다. 직장 동료 커커..
‘노 휴먼스 랜스’란 제목과 ‘잠수교’를 떠올리게 하는 표지 그림에서 우리나라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임을 예상하게 한다. 머지않은 미래, 적어도 대한민국을 ‘노 휴먼스 랜드’로 만들만한 사건은 북한의 위협이 아닌 ‘기후 위기’다. 아마 가까운 미래, 그래서 기성세대도 생존해 있을 미래에, 우리 후손들은 기후 위기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인식과 실천에 대해 맹비난을 할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우리말의 ‘바보’의 어원을 ‘밥보’에서 찾기도 한다. 자기 생각만 한다는 점에서 그런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겠다. 이 소설은 ‘용산 공원’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소설에서 용산 공원은 미군 부대가 철수한 뒤 토양 오염이 심해 계획보다 더 늦게 개방되는 것으로 나온다. 한 번 망가진 환경을 복구하기가 ..
독서 모임에서 이희영 작가님의 “테스터”와 “소금 아이”를 읽기로 했을 때 추천한 동료 샘이 “테스터”를 먼저 읽고 “소금 아이”를 읽어보라고 했다. 그 이유를 듣지 못했는데, 읽어보니 서로 관련이 있기보다는 두 작품의 반전이 주는 충격과 여운을 고려해 “테스터”, “소금 아이” 순으로 읽어보라고 한 것 같다. 반전은 “테스터”가 훨씬 크게 느껴졌다. 사실을 알고 나서 마지막 장면과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그러나 반전의 여운은 “소금 아이”가 더 진했다. SF와 현실의 차이가 공감의 차이를 낳았던 것 같다. 여하튼 두 작품 모두 재밌다. 어른으로서, 교사로서 생각해 볼 것도 많고. “소금 아이”는 지난달 토론했던 문경민 작가님의 “훌훌”을 떠올리게도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살아가려는 청소년들의 ..